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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멘토(Memento, 2000):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보고 싶은 대로 본다

CULTURAL STORY

by 미슈티 2020. 5. 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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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가 될 만한 언급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아무리 들려주고 보여줘도, 결국은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보고 싶은 대로 본다.'

메멘토 속 이야기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레너드는 전직 보험 수사관이었다. 다만 지금은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 원인은 아내의 죽음이다. 아내가 강간당하고 비닐 속에서 죽어가던 그날을 기점으로 그의 인생이 바뀐다. 그가 기억하는 거라곤 아내가 죽었다는 것과 범인의 이름이 존 G라는G 것이다. 복수를 하려고 존 G를G 찾는 레너드는 본인만의 패턴을 만들어 수많은 단서를 기록한다.

 

그의 주변에는 2명의 인물이 있다. 나탈리와 테디.

 

 

레너드의 기록을 쫓아 범인을 추적하는 동안, 영화를 보는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편견'이 생겼다. 이 영화에서는 그 '편견'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테디의 사진, 그리고 그 사진 뒷면에 적힌 “Don’t trust his lies.(그의 거짓말을 믿지 말 것)”을 보고 이미 테디를 판단해 버렸다. 테디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 것. 껄렁한 듯, 딱 봐도 진정성 없는 그의 행동을 보고 난 그가 범임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레너드가 드디어 부인의 강간범을 잡고 복수를 실현했구나 생각했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영화 막바지에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붙여버리는 딱지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서운가.

 

감독의 연출에 감탄했다. 관객들에게 의심할 만한 여지를 주고 단정을 짓게 만들고 뒤에 가서 틀어버리자 나 같은 관객은 등골이 오싹해진다.

 

 

 

과연 레너드의 체계적인 기록이란 게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인가?

 

결코 믿을 수 없다. 결국 레너드는 본인의 마음이 최우선이었다. 주변은 어떻든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사실을 직면했을 때 그는 더욱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냥 부정해버린다. 그리고 까맣게 잊어버리면 그만이다. 레너드에게 체계 있는 기록이란 결국 내 맘대로’,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라고 해버릴 수 있는 쉬운 방법이었을 것이다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하나의 이용 수단일 뿐이다. 레너드는 몇 번이나 진실을 마주하고 몇 번이나 그 진실을 외면했을까. 영화 중간에 보여준 '타버린 사진을 손에 쥐고 잠에서 깬 순진무구한 그의 얼굴', 그리고 난 영화가 끝날 무렵에야 그의 탐욕을 제대로 보았다.

 

그렇다면 테디는 왜 레너드 옆에 있었을까. 결과가 비극이 될 거라는 걸 몰랐을까? 존 G를 찾는 레너드에게 결말이 있을 리 없는데, 결국 그의 화살이 본인에게 돌아오리란 걸 정말 몰랐을까.

 

영화 막바지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실을 부정하고 또한 진실 앞에서 ‘Don’t trust his lies’라는 위로가 될 법한 달콤한 거짓을 기록하는 레너드를 보면서 생각했다. 우리 역시 살면서 무수한 존 G를 조작하며 살지 않았을까.  G로 진실을 가리고 마음 편한 대로 해석하고 조작하고 안심하고 위안 삼으며 그렇게 살지 않았을까. 진실을 기록하는 건 무엇이고, 사실을 기록하는 건 무엇이며, 생각을 기록하는 건 무엇인가. 뭐가 맞고, 뭐가 틀린가. 혼란스럽다메멘토 같이 연출된 영화는 처음본다. 솔직히 약간 지루하다. 혼란스럽고 이게 뭔가 싶다. 하지만 보지 않을 수는 없다. 다 보고 나서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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