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돌리다 우연히 영화 채널에서 국가 부도의 날을 봤다.
그냥 마음이 먹먹했다.
아무것도 모른채 위기를 뒤집어쓰는 사람들.
그리고 그 기회를 잡아 사람들을 밟고 일어서는 사람들.
참 세상의 논리란 게 무섭다.
최근에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이 잦았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유명인의 자살에 관한 글을 읽었다.
당연히 씁쓸하고 마음이 아프다는 내용일 줄 알았다.
왠걸 결론은 주식 투자에 관한 얘기였다.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투자와 연관짓는 그 사람을 글을 읽고 어쩐지 오싹함을 느꼈다.
아, 저래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건가.
국가 부도의 날을 본 뒷맛도 그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IMF가 터졌을 때 나는 어렸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진자와 못 가진자의 갭이 생겨난 시대.
지금 청년들이 헬조선이라 부르게 된 이유인 시대.
힘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따져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막을 수 있었던 걸까.
아무것도 모르고 하루 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된 사람들의 모습이 서글펐다.
걱정하지 말라는 정부를 믿고,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아파트를 헐값에 넘기고,
가족들에게 보증을 부탁하고,
잘 될 거라고 잠깐이라고 이겨낼 거라고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이 슬펐다.
그리고 왠지 그게 내 모습, 우리들 모습인 거 같아서 먹먹했다.
힘든 시간을 겪어 낸 그는 훗날 미간에 11자 주름이 생긴채 모든 일에 예민해져 이렇게 말한다.
그 누구도 믿지 말라고.
서글서글하니 웃으며 괜찮을 거라던 그가 잔뜩 성난 얼굴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향해 소리를 버럭 지르는 그 모습이 계속 머리에 남는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날의 불신과 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게 가장 무섭다.
이 영화가 잘 만든 영화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가 지닌 개인의 사연들 덕분에 감정이입이 쉽게 된다.
어쩐지 개개인보다는 본인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윗분들의 모습에도 쉽게 화가 난다.
그게 곧 우리의 현실처럼 보이기 때문이겠지.
위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영화를 마무리 짓지만 어쩐지 희망보다는 씁쓸함이 더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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