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기간 12년, 한 소년의 성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 보이후드 줄거리 및 결말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보이후드, 12년동안 촬영해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말에 '봐야지 봐야지' 했다.
하지만 러닝타임 165분, 3시간에 가까운 영화 시간이 부담이었다.
그러다 최근 마음 먹고 봤다.
보이후드는 어린 꼬마가 대학에 입학하기 까지, 12년간의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다.
에단호크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 모두 12년 동안 함께 촬영을 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텍사스에 사는 메이슨은 엄마, 누나 사만다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어린 나이에 뜻하지 않게 아이를 갖게 됐다.
어느날 엄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대학에 가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휴스턴으로 이사한다.
휴스턴에서 메이슨과 사만다는 1년 6개월만에 아빠를 만났다.
내심 엄마와 아빠가 재결합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하지만 엄마는 아빠를 반가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 같다.
어느날 메이슨은 엄마를 따라 대학교에 가게 된다.
강의실에서 엄마와 교수가 아주 다정하게 인사하는 걸 본다.
곧 엄마는 그 교수와 재혼한다.
그렇게 또 다른 가족이 생겼다.
3명이던 가족이 6명이 됐다.
새로운 식구가 된 가족들과 잘 지내지만 곧 문제가 발생한다.
엄마의 새 남편이 알코올 중독에 폭력적인 남자였던 것이다.
엄마는 가정폭력을 참다 메이슨과 사만다를 데리고 그집에서 도망쳐 나온다.
또 다시 집을 옮겨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한다.
다행히 엄마는 그 사이 대학교수가 됐고 메이슨과 사만다도 나름 새로운 생활에 잘 적응했다.
메이슨 가족의 생활은 나름 평화로웠다.
그사이 메이슨에게는 여자친구도 생긴다.
엄마는 퇴역 군인이자 본인이 가르치는 학생과 눈이 맞아 또 다시 결혼한다.
하지만 서프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집값이 폭락하며 엄마의 내 남자는 또 다시 폭력성을 드러낸다.
결국 엄마는 또 다시 그 남자와 이혼한다.
한편 메이슨의 친아빠는 재혼을 해 또 다른 자식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사만다는 대학교에 입학했다.
메이슨도 사진에 흥미를 느껴 본인의 길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한다.
메이슨은 아빠의 가족을 만나러 간다.
거기서 생일 축하도 받고 성경, 정장, 엽총 등 선물을 받는다.
할아버지에게 엽총을 사용하는 법도 배운다.
메이슨은 다른 남자와 놀아난 여자친구와 헤어진다.
그리고 졸업식날 엄마가 열어둔 졸업 파티에서 가족들의 축하를 받는다.
새 출발을 위해 집을 떠나게 된 메이슨은 엄마 집에서 짐을 챙겨 나가려다 울고 있는 엄마를 발견한다.
엄마는 인생이 허무하다며 신세를 한탄한다.
"오늘은 내 인생 최악의 날이야.
떠날 건 알았지만 이렇게 신 나서 갈 줄은 몰랐어.
결국 내 인생은 이렇게 끝나는 거야.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결혼하고 애 낳고 이혼하고.
네가 난독증일까 애태웠고.
처음 자전거 타는 걸 가르쳤던 때.
그 뒤로 또 이혼하고 석사학위를 따고
원하는 교수가 되고 너도 대학에 보내고.
이제 뭐가 남았는지 알아?
내 장례식만 남았어.
그냥 가! 내 사진은 두고 가.
난 그냥.... 뭔가 더 있을 줄 알았어."
하지만 메이슨은 메이슨 나름의 인생이 있다.
엄마를 뒤로하고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튼다.
그곳에서 룸메이트와 룸메이트 여자친구, 그리고 그녀의 룸메이트를 만난다.
네 사람은 마약을 섞은 브라우니를 나눠먹고 하이킹을 떠난다.
새로 알게 된 친구와 '지금'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흔히 이 순간을 잡으라고 하잖아.
(Seize the moment)
난 그 말을 반대로 해야 될 거 같아.
이 순간이 우릴 붙잡는 거지."
"시간이 영원하듯
늘 지금이 순간이 되는 거지."
두 사람의 어색한 듯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보여주며 그렇게 영화는 끝난다.
진짜 뭐 별 거 없다.
누군가는 3시간, 진짜 서사없이 지루하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12년의 세월을 3시간에 표현했다.
'눈 깜짝할 사이 흐른 시간'을 그대로 표현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본다면 3시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물론 3시간 동안 지루하고 그만볼까 싶은 순간이 문득문득 있다.
인생도 그렇다. 지루하고 재미없고.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평범한 '내' 인생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영화를 찍은 감독이 비포 시리즈를 찍은 감독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사 중심으로 극이 흘러갈 때가 있다.
그런 느낌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사를 신경 써서 보면서 영화를 보면 좀 더 영화를 깊게 즐길 수 있다.
이 대사 기억에 남는다.
"범퍼 올리고 스트레이트 치면 아무 의미 없어"
영화를 본 단순한 소감은 그냥 누군가의 인생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뭐랄까 내 친구 혹은 이웃 누군가의 인생을 지켜보는 느낌.
아이가 크고 가족들의 머리스타일이 변하고 부모님 얼굴에 주름살이 늘고.
이런 소소한 것들을 관찰하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기분이 묘해진다.
영화 속 인물들이 변하듯 나도 어딘가 변했겠지.
막 대학에 들어간 메이슨과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는 엄마의 중간 어딘가를 살고 있는 나에게 이 영화는 참 묘했다.
그리고 별 거 없는 이 영화를 보다보면 재미없는 내 인생도 영화가 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